오늘 출장을 다녀오다 내리는 비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.
대학에 입학했을 때,
"이제 아들 다 키웠네." 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던 그 날의 어머니 말입니다.
제겐 그저 그런 날이었던...
대학 졸업하고 기업에 입사했을 때,
"이제 아들 덕 좀 보겠네" 하시면서 등을 토닥여주시던 그 날의 어머니 말입니다.
제겐 그저 그런 날이었던...
잘 다니던 기업을 퇴사하고 이직을 했을 때,
"조금만 더 버티면 좋겠지만, 어디 가도 잘할 거니까..." 하시면서 걱정스레 웃으시던 그 날의 어머니 말입니다.
제겐 그저 그런 날이었던...
이직한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발버둥 칠 때,
"아들아, 암이라는데 너무 늦었단다. 하지만 수술하고 항암 치료하면 나아질 수도 있단다." 하시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하시던 그 날의 어머니 말입니다.
지금은 그저 그런 날이 된...
위험한 고비를 넘기셨을 때,
"이제 괜찮다. 걱정 말고 일해라." 하시면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시던 그 날의 어머니 말입니다.
지금은 겨우 그저 그런 날이 된...
아이들과 병원을 방문했을 때,
"아이고,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다. 다음에는 오지 마라." 하시면서 불편한 몸으로 매번 아이들의 안아주시던 그 날의 어머니 말입니다.
지금도 잊을 수 없는...
어머니를 고이 장지에 모셨을 때,
"신세 진 건 항상 갚아라. 그리고 뭐든 열심히 해라." 하시던 평소 어머니가 떠올라 비석을 한참 쳐다보던 그 날의 저 말입니다.
아직도 생생한...
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와 서로 투닥거리는 아이들과 저녁을 먹다가,
문득 아이들의 얼굴에서 어머니 모습이 겹쳐 잠시 멈칫했던 오늘도, 그리고 아직 생생한 다른 날도...
어머니께서 가시던 그 날 유난히 가벼웠던 산바람처럼,
담담하게 떠올릴 수 있는 그저 그런 날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.
코로나로 어수선한데,
가정 모두 평안하시길 바랍니다. 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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